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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남긴다.
전날 홍천에서 저녁 식사로 옛날 솥뚜껑 감자탕을 먹는다. 역시 감자(?)는 강원도다.
'인제(이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소문만 듣던 인제에 당일 7시에 도착했다.
6,000명 정도의 참가자로 인해 밀려 밀려 오미재 정상 부근 갓길 주차를 한다
대회장으로 내려오는 길 정차 구간에서 동연은 클릿을 미처 빼지 못해 넘어지면서 정강이 찰과상을 입어 출발 전부터 걱정스럽다. 정작 본인은 빕숏이 찢어졌는지부터 묻는다.
구룡령(6.4km 6.1%) 오르막에서 힘들어 하는 여친에게 남자가 밀어주면서 먹여준다. 지금까지 밀-바는 보았지만! 먹-바는 처음본다.
그 젊음이 부럽다.
또 다른 커플은 “할 만하지”라고 물음에 “욕 나온다!”고 대답한다.
새들도 자고 넘어간다는 조침령(4.3km 10.9%) 초입에 동연은 힘들게 와리가리치면서 올라가고 있다.
"동연아!" 이름을 부르고 먼저 올라가자 중간 지점에 “형님! 괜찮습니까?”라고 응수하고 앞질러 간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이젠 동연이가 나를 넘어섰구나!
2차 보급소에서 엄청나게 챙긴 쵸코파이가 주행 중에 떨어져 뒤따라 오는 라이더에게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쳤다. 다음엔 욕심부리지 말자.
마지막 업힐 오미재 어디선가 “어서 와라” 외침에 “못 간다”라는 울부짖음도 들린다.
13시 39분 멋진 세리머니와 함께 인제 라이딩센터 피니시를 통과한다. 심장이 요동친다.
엠티비로 5시간 27분! 체중 감량효과인지 나름 편하게 탔다. 로드- 클릿 동연은 5시간 13분을 기록한다. 앞으로 몸무게 60kg 초반을 목표로 더욱 열심히 탈 것이다.
기념품인 명이, 곰취 농산물이 든 종이박스를 한 손에 잡고 주차한 차량까지 오기가 왜 이리 힘드는지!
저녁은 경북 예천 토담에서 꿀맛 같은 식사를 하고 부산에 도착하니 20시 15분이었다.
1박 2일 1,000km를 '졸음 깨는 껌'을 뭉텅이로 씹어가면 혼자 운전한 동연에게 진심 고마움을 느낀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축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내년 5월 다시 돌아온다.